우리는 왜 슬픈 역사를 찾아가나? ‘다크 투어리즘’의 세계가 뜨겁다
오늘(12월 3일), 실시간 검색어에 ‘다크 투어 도슨트’가 떴어요. 무슨 일일까요? 바로 우원식 국회의장이 12.3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직접 해설사로 나서 국회 현장을 안내한 겁니다. 담벼락을 넘던 그날 밤의 이야기를 직접 들려주다니… 비극을 기억하는 방식이 남다르네요.
다크 투어리즘이 뭐길래? 슬픈 곳을 왜 가냐고요?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은 전쟁, 학살, 재난 등 비극적 역사가 서린 현장을 찾아가는 여행을 말합니다. “에이, 그런 슬픈 곳을 왜 가?”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건 단순한 구경이 아니라 ‘기억과 성찰의 행위’입니다.
다크 투어리즘의 핵심은 이거예요:
- 비극의 현장에서 역사를 직시하고
-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는 것
해피 포즈로 셀카 찍으러 가는 게 아니에요. 진지하게 과거를 마주하고, 미래를 되짚어보는 시간이죠.

12.3 비상계엄, 그날 밤 무슨 일이?

2024년 12월 3일 밤 10시 27분,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TV 생중계로 비상계엄을 선포했습니다. 1979년 이후 무려 45년 만의 계엄령이었어요.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계엄 선포 직후 계엄군이 국회로 진입했고, 헬기가 국회의사당 지붕에 착륙하는 충격적인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계엄사령부는 국회의사당 출입문을 폐쇄하고, 정치 활동을 금지하는 포고령까지 발동했죠.
하지만 국회는 막아냈습니다. 의원들은 담벼락을 넘어 본회의장으로 향했고, 시민 4천여 명이 국회 앞에 모였습니다. 새벽 1시, 국회는 계엄 해제를 가결했고, 6시간 만에 계엄은 해제되었습니다.
우원식 국회의장, 직접 도슨트로 나서다

12.3 비상계엄 1주년인 오늘, 우원식 국회의장이 직접 다크투어 해설사(도슨트)로 나섰습니다. 그날 밤 자신이 월담했던 장소, 계엄군 헬기가 착륙한 국회 옥상, 계엄군과 대치했던 본회의장… 주요 현장을 방문하며 시민들에게 당시 상황을 생생히 설명했어요.
우원식 의장은 최근 ‘넘고 넘어’라는 회고록도 발간했는데요. 책 표지는 바로 그가 담장을 넘는 사진입니다. 머리말에서 그는 이렇게 썼어요:
“이 책은 나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다. 2024년 12월 3일 대한민국 모두 함께 막아낸 민주주의의 기록이다.”
정치인이 직접 도슨트로 나서서 역사를 해설한다는 것은 “이 역사는 중요하다, 절대 잊으면 안 된다”는 강력한 메시지입니다.
세계의 다크 투어리즘 현장들
폴란드 아우슈비츠: 인류 역사상 가장 참혹한 비극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수용소는 2차 세계대전 당시 150만 명 이상이 학살된 홀로코스트의 현장입니다. 가스실, 감금실, 시신 소각장… 인류가 저지른 가장 끔찍한 만행의 증거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요.
매년 20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이곳을 찾습니다. UNESCO 세계유산으로도 등재된 이곳은 “이런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달하고 있죠.
캄보디아 킬링필드: 200만 학살의 현장

1970년대 크메르루주 정권 아래서 20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학살당한 곳입니다. 해골이 쌓여있는 위념탑, 대량 학살이 일어난 구덩이들…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자유와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한국의 다크 투어리즘: 제주 4.3의 비극
제주도 하면 에메랄드빛 바다와 한라산을 떠올리시죠? 하지만 제주에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아픈 역사가 있습니다. 바로 제주 4.3 사건입니다.
제주 4.3이란?
1947년 3월 1일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비극적 사건입니다. 무장대와 토벌대 간의 무력충돌, 그리고 토벌대의 과도한 진압 과정에서 제주 인구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2만 5천~3만 명이 목숨을 잃었어요.
공식 집계된 희생자만 14,822명. 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희생자의 78.7%가 토벌대에 의해 죽임을 당했고, 이 중 어린이, 노인, 여성이 약 30%를 차지합니다.
제주 다크투어, 어디를 가면 될까?
(사)제주다크투어라는 비영리 단체가 제주도 곳곳의 4.3 유적지를 안내하고 있어요. 주요 코스를 소개할게요:
- 제주 4.3 평화공원: 4.3의 모든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 기념관, 추모의 방, 역사 교육 공간으로 구성
- 곤을동 4.3 유적지: 1949년 1월 마을이 전소되고 주민들이 학살당한 비극의 현장
- 낙선동 4.3성: 주민 통제를 위해 쌓은 성터와 해자가 남아있는 곳
- 다랑쉬굴: 동굴 속에 숨은 양민 11명이 질식사한 비극의 현장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도 제주 4.3을 배경으로 합니다. 책을 읽고 제주 다크투어를 떠나는 분들도 많아요.
“왜 슬픈 곳을 가?” 다크 투어리즘이 중요한 이유
1.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
“과거를 잊은 자는 과거를 반복한다”
교과서로 배우는 것과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듣는 것은 완전히 다릅니다. 다크 투어리즘은 역사를 실감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방법입니다.
2.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방문객의 발걸음이 있을 때만 역사는 살아있습니다. “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약속이 바로 다크 투어리즘입니다.
3. 미래의 비극을 막기 위해
비극의 현장에서 우리는 깨닫습니다. “이런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는 것을요. 다크 투어리즘은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의 장입니다.

당신은 어떻게 기억하시겠습니까?
12.3 비상계엄 1년, 제주 4.3 77년… 비극의 역사는 우리 가까이에 있습니다.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기억과 성찰의 행위’로서 역사를 마주할 때, 우리는 조금 더 성숙해지고 조금 더 인간다워집니다.
아우슈비츠의 철조망 앞에서, 킬링필드의 위념탑 앞에서, 국회의 담벼락 앞에서, 제주 4.3 평화공원 앞에서…
당신은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시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