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에서 10시간 벽만 본다고? 도파민 디톡스 끝판왕, ‘로도깅’ 챌린지

영화도 음악도 없이, 심지어 기내식도 거부한 채 10시간 동안 앞만 보고 앉아있는 사람들이 있다. 혹시 들어보셨나요?

최근 해외 틱톡과 인스타그램을 시작으로 한국 Z세대에게까지 번지고 있는 기이한 휴식 트렌드, ‘로도깅(Raw Dogging)’을 소개합니다. 끊임없는 알고리즘과 도파민 자극에 지친 현대인들이 ‘날 것(Raw)’ 그대로의 시간을 견디며 뇌를 쉬게 하려는 이 극단적인 챌린지가 왜 유행하는지, 그리고 2025년의 키워드 ‘무해력’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파헤쳐봅시다.

어? 벽만 보고 있어? 로도깅이 뭐냐고!

로도깅이라는 생소한 이름, 들어본 적 있나요? 처음 들으면 충격적입니다.

로도깅(Raw Dogging)이란 비행기 탑승부터 착륙까지 아무런 엔터테인먼트 없이 앞자리 등받이나 창밖, 또는 항공편 지도만 쭉 바라보는 것. 극단적인 경우 다음과 같은 것들도 거부합니다:

• 🎬 영화, 드라마, 유튜브 = 절대 금지
• 🎵 음악, 팟캐스트 = 냅둬?
• 📖 책, 신문, 잡지 = 건들 생각도 안 함
• 🍽️ 기내식, 음료 = 물 한 잔도 못 마심
• 😴 심지어 잠도 자지 않는 경우도 있음
• 🚽 화장실도 안 가는… 극단주의자들도 있다고?

이게 정말 사람들이 자진해서 하는 걸까요?

왜들 이짓을 하는 건데? TikTok에서 터진 챌린지의 진실

“Just raw dogged a 15-hour flight to Melbourne. No music, no movies, just flight map.”

호주 뮤직 프로듀서 토렌 풋(Torren Foot)이 틱톡에 올린 이 한 문장이 폭발했습니다. 댓글은 쏟아지고, 또 다른 청년들이 나섰어요:

• 영국 DJ 오이우디니(oiwudini): “7시간 헤드폰 없이, 잠 없이, 물 한 잔도 없이. 내 정신의 힘은 무한하다” → 130만 좋아요 획득
• 기독교 틱토커 야콥: “14시간 음식, 물, 화장실 없이 완주” → 인스타그램에서 핫 이슈화

이게 단순한 멍청한 행동일까요? 아니면 똑똑한 자조(self-awareness)일까요?

심리 전문가들은 이렇게 분석합니다: “남자들은 도전을 좋아해요. 그것도 자극적인 이름으로 브랜딩되면 더 끌립니다.”

로도깅은 엄밀하게는 명상일 수 있는데, ‘도파민 디톡스’라는 부족한 설명과 ‘로도깅’이라는 자극적인 이름으로 포장되니까 남성층이 도전정신을 품고 뛰어드는 거거든요. 명상은 영적이고 따분해 보이지만, 로도깅은 ‘강인함’의 상징처럼 느껴지니까요.

도파민이 뭐라고 이러는데? 신경과학으로 알아보자

여기서 잠깐, 도파민(Dopamine)이 뭔지부터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도파민은 단순한 “쾌락 호르몬”이 아닙니다. 의료 전문가들의 설명에 따르면:

• 뇌의 보상 시스템을 관장하는 신경 전달 물질
• 쾌감, 동기, 집중력, 기억까지 모두 관여
• SNS 스크롤? 게임? 쇼핑? 이 모든 것들이 도파민 자극을 일으킴

문제는 이겁니다: 알고리즘 기반의 SNS와 무제한 콘텐츠는 도파민을 끊임없이 자극합니다.

• 틱톡 한 번 켜면 “한 개 더, 한 개 더” → 도파민 중독 단계 진입
• 당신의 뇌는 자동으로 자극을 원해요
• 일반적인 활동(밥 먹기, 친구 만나기)의 도파민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아짐
• 결과: “왜 이렇게 재미없지?” 상태에 빠짐

따라서 일부에서는 로도깅을 “도파민 디톡스”라고 부르는 거죠. 끊임없는 자극에서 벗어나 뇌를 “리셋”하려는 시도로 해석한 것입니다.

하지만 의료진들의 경고도 있습니다:

“도파민 ‘디톡스’라는 개념 자체가 틀렸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행동 변화만으로 도파민 수치를 직접적으로 낮출 수는 없거든요.”

그럼에도 심리 효과는 분명히 있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자극이 없는 시간 → 뇌가 쉼 → 상대적으로 일상이 더 즐거워짐. 이것만으로도 충분한 이유가 되는 거죠.

로도깅은 사실 “보이기 위한 디톡스”? 온라인 문화 전문가의 분석

여기서 흥미로운 모순을 지적해야 합니다.

“로도깅을 한 사람들은 모두 그걸 틱톡에 올립니다.”

• 폰을 끄고 명상하는 거 같은데, 핸드폰 켜서 자신의 로도깅을 자랑하는 영상 업로드
• 도파민에서 벗어나려 했는데, 다시 도파민을 위해 행동하는 것

온라인 문화 전문가들은 이를 “현대 남성다움을 온라인에서 수행하는 행위”라고 분석합니다:

1. 강인함의 전시: “나는 이 정도 고통을 견딜 수 있다” = 근력이나 인내력의 상징으로 작용
2. 부족한 설명에 대한 보상: 명상이나 디지털 디톡스는 “약해 보이지만”, 로도깅은 “도전이자 시련”으로 느껴짐
3. 남성 커뮤니티의 강화: 비슷한 도전을 한 남자들끼리 자존감을 높임

결과적으로, 로도깅은 “진정한 휴식”이라기보다는 “휴식을 가장한 새로운 경쟁”이라는 비판도 존재합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하는 이유는? “쉽지 않아 보이는 것들이 온라인에서는 ‘인증’이 되기 때문입니다.”

2025년의 핵심 키워드 “무해력”과의 연결고리

로도깅은 왜 지금 Z세대에게 터졌을까요?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트렌드 코리아 2025’에서 발표한 핵심 키워드 “무해력(Harmlessness)”을 이해해야 합니다.

무해력이란?

• 작고 귀여운, 순수한 존재에게 느끼는 안정감
• 피로사회에서 오는 심리적 욕구
• 극단적인 자극이 아닌 부드럽고 따뜻한 것들을 추구

예를 들어:

• 팬더? 귀엽고 해롭지 않음 = 무해력
• 공격적인 광고? = 피로감
• 끊임없는 알고리즘? = 스트레스

그런데 로도깅은 이 “무해력”의 극단적 표현입니다:

1. 음성적 무해력: 자극 없음 = 해롭지 않음
2. 휴식의 재정의: 휴식 =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3. 보호받는 심리상태: “아무도 나를 방해하지 못할 좌석 10시간”

결국 로도깅은 “무해력 트렌드의 극단적 버전”입니다. Z세대는 이미 지쳐있고, 자극에 피로하고, 그래서 “정말로 아무것도 없는 시간”을 추구하는 거죠.

하지만 아이러니는 이겁니다: 그 무시무시한 시간을 견디기 위해 “이걸 견디는 나를 보여주고 싶어 하는 마음”도 있다는 것. 무해력이면서도 동시에 자기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욕구의 충돌인 거죠.

나도 한번 해볼까? 로도깅의 현실적 문제들

로도깅이 과연 건강할까요? 의료 전문가들의 경고:

신체 건강 측면

• 탈수 위험: 장시간 물을 안 마시면 건강 악화
• 수면 무시: 10시간 깨어있기는 신체에 큰 스트레스
• 혈전증 위험: 움직이지 않고 오래 앉아있기는 위험
• 소화 기관 이상: 기내식을 안 먹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

정신 건강 측면

• 권태감: 정말로 무시무시한 심리적 고통 (10시간…)
• 명상 vs 고문: 자발적 선택과 강제의 차이 중요
• 도파민 이해 부족: 실제로 “디톡스”되는지 과학적 증거 없음
• 온라인 인증의 악순환: 극단적 행동 → 좋아요 → 더 극단적 행동

전문가 조언

최고의 “도파민 리셋”은 이것들입니다:

1. 점진적 감소: 갑자기 끊지 말고 서서히 줄이기
2. 대체 활동: SNS 대신 산책, 독서, 친구 만나기
3. 의도적 사용: 핸드폰을 완전히 끄는 게 아니라 의도적으로만 사용
4. 자연과의 연결: 야외에서 보내는 시간

“로도깅 14시간 물 안 마시기 챌린지“는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행동일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스마트폰을 끄고 이 글을 읽는 순간, 당신도 이미…

“스마트폰을 끄고 이 글을 읽는 순간, 당신도 이미 로도깅의 시작점에 있습니다.”

이 문장이 모든 것을 설명합니다.

로도깅은:

• ✅ 현대인들의 도파민 피로를 반영한 현상
• ✅ 무해력 트렌드와 맞닿아 있는 Z세대의 심리
• ✅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모순을 보여주는 거울
• ❌ 하지만 의료적으로는 권장되지 않는 극단적 행동

당신은 정말로 로도깅을 해야 할까요?

아니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의도적인 쉼.”

• 비행기에서 영화는 안 봐도 되지만, 물은 마셔야 해요
• 음악이 싫으면 조용히만 해도 충분합니다
• 책이나 창밖을 봐도 좋아요
• 하지만 자신의 ‘로도깅’을 증명할 필요는 없습니다

로도깅이 진정한 가치를 갖는 순간은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자신이 필요해서 하는 순간”입니다.

스마트폰을 끄세요. 하지만 자신의 단식을 자랑하기 위해 다시 켜지는 않아도 됩니다. 그것이 진정한 “디톡스”입니다.

참고 자료

• BBC News: Raw-dogging on planes: Heroic or just plain stupid?
• Forbes: The ‘Rawdogging’ Flights Trend, Explained
• CNN: Inflight ‘raw dogging’: The bizarre new travel trend
• ABC News: ‘Raw dogging’ flight trend may be a way to portray masculinity online
• Channel NewsAsia: Gen Zen: Dopamine fasting explained
• Trend Korea 2025: 무해력 트렌드 분석
• MindValley: Dopamine fasting explained